선발 투수 분석
이번 준플레이오프 2차전의 선발 매치업은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단기전의 묘미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양 팀 모두 에이스가 아닌, 뚜렷한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닌 투수를 내세우면서 경기는 예측 불가능한 투수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호세 가라비토는 제구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다. 그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51km/h에 육박하며 , MLB 파이프라인에서 평균 이상으로 평가받은 커브는 결정구로서 KBO 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의 높은 볼넷 비율(AAA 시즌 12.2%)은 분명한 약점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그의 '효과적인 와일드함'이 오히려 SSG 타선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SSG 타선이 그의 제구 난조를 공략하기 위해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는 그의 강속구나 예리한 변화구는 범타를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즉, 가라비토는 많은 투구 수를 기록하며 비효율적인 피칭을 할 수는 있지만, SSG 타선이 그의 공을 쉽게 공략해 대량 득점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SSG 랜더스는 베테랑 김광현 대신 신예 김건우를 선발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다. 김건우의 가장 큰 과제는 포스트시즌이라는 극도의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다. 그의 구위 자체는 뛰어나지만,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삼성의 강타선, 특히 르윈 디아즈와 구자욱 같은 베테랑 타자들은 그의 작은 심리적 흔들림이나 제구 실수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 것이다. SSG 벤치의 기대는 김건우가 3~4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고 필승조에게 마운드를 넘기는 것이겠지만, 이는 매우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오히려 경기 초반 삼성의 노련한 타자들이 그를 공략해 1~2점의 리드를 잡고, 이것이 경기 끝까지 이어지는 저득점 양상의 흐름을 만들 가능성이 더 높다.
총평
이 경기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아닌, '더 단단한 방패를 가진 팀'이 승리하는 저득점 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디아즈와 구자욱을 앞세워 신예 김건우를 상대로 경기 초반 필요한 최소한의 득점을 뽑아낼 것이다. 이후 가라비토가 자신의 압도적인 구위를 바탕으로 SSG 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고, 약점으로 지적받던 불펜이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짧게 끊어가는 운영을 통해 힘겹게 리드를 지켜낼 것이다. SSG는 가라비토를 상대로 꾸준히 출루는 하겠지만, 결정타 부족에 시달리며 답답한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리그 최강의 불펜은 선발이 무너진 뒤 추격하는 상황에 놓이며 그 위력을 100%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경기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인 변수는 '삼성 타선의 초반 집중력'이다. 김건우가 채 적응하기도 전인 1~3회에 삼성이 2점 이상의 선취점을 뽑아낸다면, 경기는 삼성이 원하는 느리고 답답한 투수전 양상으로 흐를 것이다. 타자 친화 구장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의 압박감과 양 팀 타선의 결정력 부족이 맞물려 예상보다 훨씬 적은 점수가 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삼성의 노련한 공격력과 가라비토의 구위가 SSG의 불확실한 선발과 결정타 부재의 타선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된다.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