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센 불에 구우면 발암 물질인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 만들어진다고 알려졌다.
이때 십자화과 채소를 곁들이면 체내 해독 대사 물질이 활발하게 생성돼 발암물질 걱정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소시지, 햄, 핫도그 등의
가공육을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하면서 붉은색을 띠는 고기(적색육)도 발암 위험 물질(2A군)로
지정했다. 가공육만큼은 아니지만, 암 위험성에 대한 근거가 확인됐다는 의미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식품과학영양학과, 조선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공동 연구팀은 25명의 참가자에게
고온에서 익혀 대장암 유발 물질이 많아진 햄버거를 기본으로, 십자화과 채소 또는 미나리과 채소를
단독 혹은 병용 섭취하게 한 뒤에, 소변 내 대사물질 660 여종의 변화를 정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십자화과 채소가 포함된 식사(십자화과 채소 단독 또는 십자화과·미나리과 채소 혼합)는
체내 ‘해독 대사 물질’을 가장 활발하게 변화시켰다. 십자화과 채소 단독 섭취그룹에서 90개(36개 증가,
54개 감소), 혼합 섭취그룹에서 133개(51개 증가, 82개 감소)의 대사산물 변화가 확인됐다. 특히
십자화과 채소 특유의 생리 활성물질로 몸에 좋은 설포라판 관련 화합물, S-메틸시스테인 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십자화과 채소가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발암물질을
해독하고,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을 돕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미나리과 채소를 단독으로 섭취했을 때는 35개 대사 산물에서만 변화를 보여,
십자화과 채소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혼합 섭취 때는 총 대사 산물의
변화에 시너지 효과를 냈다. 연구팀은 십자화과 채소는 발암 물질의 해독을 촉진하고,
미나리과 채소는 발암 독성 생성을 억제하는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식단에는 이미 쌈 채소 문화가 잘 발달해 있는 만큼 고기를 먹을 때
특정 채소군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고기 속 발암물질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국제식품 연구저널(Food Research International)'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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