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준플레이오프 4차전의 향방은 선발 매치업에서부터 극명하게 갈린다. 삼성 라이온즈는 리그 최상위권의 기량을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로 증명한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SSG 랜더스는 KBO의 전설이지만 올 시즌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김광현을 내세운다. 후라도는 정규시즌 15승 8패 평균자책점 2.60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으며 , 이는 단순한 결과가 아닌 내용의 우수함에 기반한다. 그는 197.1이닝 동안 14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단 36개만을 허용하며, 투수의 실제 구위와 제구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K-BB%(탈삼진-볼넷 비율)에서 리그 최상위권의 수치를 보여준다. 낮은 볼넷 비율(1.64 BB/9)과 준수한 피홈런 관리 능력(0.77 HR/9)은 그의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가 ERA와 유사한 엘리트 수준임을 시사한다. 최근 한 달간의 투구 내용 역시 압도적이었으나, 2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된 경험은 변수다. 당시 삼성 박진만 감독은 1승 1패로 맞선 9회말 동점 상황에서 시리즈의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 에이스인 후라도를 구원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하지만 후라도는 단 0.1이닝만을 소화하며 김성욱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고, 이는 팀의 패배로 직결되었다. 하지만 이는 익숙하지 않은 역할에서의 단발성 실패일 뿐, 충분한 휴식 후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하는 만큼, 패배의 아픔을 만회하려는 동기부여가 더욱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SSG의 김광현은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은 4.79에 달하며 , 139이닝 동안 132개의 탈삼진을 잡았지만 볼넷도 49개나 내주며 후라도에 비해 현저히 낮은 K-BB%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한 달간의 등판 기록은 널뛰는 모습을 보이며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베테랑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지만, 객관적인 구위 지표는 삼성을 상대로 고전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양 팀의 공격력은 '창과 방패'의 대결 구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삼성은 정규시즌 팀 홈런 1위, 팀 OPS 1위를 기록한 KBO 최고의 공격팀이다. 득점 생산성을 나타내는 wRC+와 wOBA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점유했으며, 그 중심에는 50홈런 158타점의 르윈 디아즈(wRC+ 163.2, ISO 0.323)와 22홈런의 김영웅(wRC+ 108.4, ISO 0.193)이 있다. 이들의 순수 장타력은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더 무서운 점은 이들 앞에 포진한 구자욱(wRC+ 151.8)과 김성윤(wRC+ 139.6)의 존재다. 두 선수는 높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득점권 기회를 창출한다. 특히 이들의 뛰어난 선구안과 낮은 O-Swing%(유인구 스윙 비율)는 제구가 흔들리는 김광현을 상대로 최적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끈질기게 승부하며 볼넷을 얻어내거나, 실투를 유도해 장타로 연결하는 삼성의 공격 패턴은 김광현을 조기에 무너뜨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반면 SSG 타선은 정규시즌 팀 OPS 8위로 객관적인 생산력에서 열세다. 기예르모 에레디아(wRC+ 144.4)와 박성한(wRC+ 122.7)이 공격을 이끌지만 , 삼성만큼의 폭발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SSG의 유일한 희망은 이번 시리즈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 중인 고명준의 타격감이다. 그의 뜨거운 방망이가 후라도를 상대로도 이어질 수 있느냐가 SSG 득점력의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타선의 깊이와 득점 생산성 측면에서 삼성의 우위는 명백하다.
종합적으로 모든 지표가 삼성을 가리키고 있다. 선발 투수의 객관적인 기량 차이가 압도적이며, 리그 최강의 삼성 타선이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SSG가 자랑하는 불펜은 강력하지만, 선발 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은 3차전 승리로 시리즈의 주도권을 완벽하게 가져왔으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에이스를 투입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맞이했다. 반면 SSG는 벼랑 끝에서 가장 불안한 선발 카드를 내밀어야 하는 처지다. 경기 초반 삼성이 김광현을 공략해 선취점을 뽑아낸다면, 경기는 예상보다 쉽게 삼성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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